대한소아응급의학회 성명서 우선, 대학병원 및 대형 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불편을 겪고 고통받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원들은 진료의 최일선인 응급실에서 야간과 주말, 공휴일 상관없이 모든 어린이 환자의 진료를 담당해왔으며, 현재의 상황이 하루빨리 수습되어 의료체계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며 지금도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가 과연 의료개혁에 대해 진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작금의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에 다음 의견을 밝힙니다.
1. 소아응급의료의 위기 상황은 10년을 더 버틸 수 없는 실정입니다. 10년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끝까지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소아응급의료체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미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기피과의 문제를 10년 후에나 전문의로 나올 의대정원 증원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소아응급의료체계 또한 그러합니다. 지난 10년간 출생률 감소로 어린이의 수는 감소하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만나기 어려운 현 실정은 배출되는 전체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적으로 충분한 전문의들을 다시 필수의료 현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책이 즉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또한 필수의료임에도 매년 급감하고 있는 기피과 지원을 장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필수 과를 선택한 현재의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진료하고 후배 의사들에게도 필수의료 선택을 권할 수 있을 만한 정책들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합니다. 2.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백년대계의 의료 정책을 논의해 주십시오. 현재의 전공의는 가까운 미래의 전문의이자, 곧 전공의가 될 의대생에게 현재의 의료기술을 전수할 중요한 세대입니다. 지금 수련 중인 전공의들이 정말 완전히 사직하게 된다면, 당장 가까운 미래에 진료 가능한 의사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현재의 전공의가 없이는 미래의 대한민국 의료도 없습니다. 정부는 미래의 전문의들이 정부의 정책을 믿고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주십시오. 전공의들이 격무에 시달리기만 하지 않고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해주십시오. 3. 정부는 미래 의료재정의 현실과 개선 방향에 대해 더 이상 의사에게 모든 걸 떠넘기지 말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참에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를 운영”, “국립대병원 교수를 충원” 하겠다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형 병원의 의료체계가 전공의들의 격무에 기대왔던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면, 정부의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상승>은 필수라는 부분을 국민들께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인구는 줄고 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여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미래 인구 구조를 고려한 의료 정책을 수립해주십시오. 진정으로 의료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의과대학 정원 증가를 발표하기 전에 연도별 개혁 과제 수행 로드맵과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 등을 명백히 밝혔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의 의료개혁안에는 가장 중요한 “재정” 문제가 빠져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부의 급진적인 의료개혁안 발표가 대형 병원 진료의 35-50% 까지를 담당하던 전공의들의 대거 이탈을 야기하였고,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입니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정책 당사자와 협의하는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한 결과, 현재와 같은 혼란으로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4. 국민 여러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해 업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매도하지 마시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의료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의대 증원 등의 정책은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예산 집행 계획 안에서 건강보험제도의 개선과 함께 심도 있게 논 의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가 조급하게 발표한 정책들은 대한민국 의료를 OECD 평균 이하로 망가뜨려 국민 보건에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5.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최선을 다해 소아응급 환자들을 지키겠습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그동안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황에서 꿋꿋이 응급실을 지켜왔으나, 제한된 인력으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입니다. 학회는 그동안에도 소아응급의료체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혁 방안을 제시해왔지만 실질적인 개선 사항은 미미하였던 바, 다시 한 번 정부에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해 사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2024년 3월 20일 대 한 소 아 응 급 의 학 회 |